'계속된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

'계속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 The undocumented is documented/ 주현숙 감독/ 2004

한참을 울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슬픈 법이다.
그래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다큐멘터리를 피하게 되기도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약간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안됐다, 정도로만 생각했으면서.
실재하는 위협과 두려움, 서러움과 분노가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분했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그리웠을까.

가난해도, 후져도, 그래도 조국이 좋은 이유는, 그리운 가족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으로서의 존재자체가 부정되고 쓰다버리는 싸구려 불량부품인 채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절단기에 허리가 잘리건, 무서워서 자살을 하건, 프레스에 손가락이 얼마나 날아갔건,
어차피 버릴, 임시로 가져다 놓은 불량부품은 또 다른 싼 것으로 갈아치우면 그만인거다.
다른 사회적인 비용을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불량부품이 되는 셈이다.
40만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그런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천만원씩이나 되는 거금을 브로커에게 줘가면서 건너온 땅, 한국.
한국 사람들보다도 개새끼, 씨발놈 이라는 욕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준 한국.
그들에게 한국은 어떤 곳일까.

부디, 법 개정이 '인간적인 도리'에라도 맞게 이루어지길.
부디, 무사히, 그리고 멋지게 그들의 조직을 일구어내기를.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잠깐 듣고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쏟아지듯 내린다.
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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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반복되는 이주: 왜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을 떠날까란 의문으로 감독은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또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나고 계속해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불법체류자, 투명인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는 불법 체류자로 오랫동안 살았다. 한국 정부는 그 처지를 바꿔 준다며 고용허가제란 법을 만들었는데, 그 법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을 더 어두운 현실로 숨어들게 하고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자 전국에서 천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농성을 시작한다. 이제까지 숨어 지내기만 했던 불법 체류자들은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주, 존재의 조건: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주노동자들은 이주한 사람의 삶에 대해, 불법 체류자라는 삶에 대해, 조근 조근 이야기한다.

노동하는 사람, 노동자: 한국 노동자가 분신한 집회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연행된다. 그는 자신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같은 노동자가 저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에 노동자는 하나란 마음으로 싸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불법 체류자가 아닌 노동자다.

삶의 주인으로, 이주 노동자: 불법체류는 이주노동자들은 수동적이게 만들었고 그랬기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제 농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계속된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삶의 조건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을 시작했고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을 불법으로 만든 한국 정부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현실은 무섭게 계속된다.

연출의도
한국의 이주노동자 상황은 특수하다. 관련법들이 기본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는 공장에서 불법체류자란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폐쇄적인 사회와 급격하게 산업구조가 바뀐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필요하지만 인정하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기계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언제든 쓰다 버리면 되는, 아무런 사회적 비용 없이 생겨난 인력을 이제 손이 잘렸거나 말이 많다는 이유로 내다 버려도 되는 기계가 된 것이다
그렇게 15년을 투명인간처럼 지낸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의 어이없는 편견에 일침을 가하고 정당히 노동했으니 노동자라고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동정으로 바라본 사람들에게 이제 동정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30년 전 유럽에 몰려든 이주노동자에 대해 글을 쓴 존 버거(John Berger)는‘이민 노동자는 현대인의 경험의 한 외곽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그 중심부에 있다.’라고 했다. 이 말은 현재에도 유효하단 생각이 든다. 이주노동자를 만나면서 이주노동자야 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의 어두운 면이 강화되거나 확장된 존재가 아닌가 한다.




덧.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미흡한 점이 많았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감독 자신의 말마따나- 프로파간다로서는 아주 훌륭한 작품인 듯 하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이래서 좋다.
by Lucifer | 2005/03/19 01:03 | Fucking great!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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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暗夜航路 at 2005/05/25 17:03

제목 : 미등록 이주노동자.
'계속된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 얼마전 산재 관계로 사장을 만났다. 아니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일이 완전초보인 나는 아직은 한번도 산재환자를 처리한 적이 없다. 물론 산재를 당한 환자들은 만나봤다손 치더라도, 직접 사장의 산재승인 싸인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어느 중년의 아저씨가,(나이를 보니 사실 중년은 아니더라) 사무실로 찾아왔다. 손가락에 두툼하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 지난달 사업장에서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끼어서 손가락 두개를 다쳤다. 사장은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산재승인이 안......more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3/19 01:58
릴렉스~ 릴렉스~ 왼손은 거들뿐.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19 04:47
네? 웅? 앙.....(접수 못하고 맴돌다;) 생뚱 맞아용!!!!
Commented by 요우리 at 2005/03/19 13:22
이런 건 웬만한 슬래셔 무비보다 무서워요....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19 16:06
요우리님/ 현실이 무섭죠, 영화보다 훨씬. 치떨리는 일이예요.
Commented by 김군 at 2005/03/19 23:45
드디어 봤군. <계속된다>라는 제목처럼 감독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던데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내용이 작품안에 담겼으면 좋겠더라. 한참 울고 한첨 정신없이 보고 나와서는 그제서야 그점이 아쉽더라고. 나는.
Commented by tinywickedkangaroo at 2005/03/20 01:46
저도 호주땅에서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곧
이민자가 될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게
와닿아요.치떨려요.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20 12:38
김군/ 응응 감독이 다른 작품을 계속 준비중이라는 얘기는 못들었어. 간담회 했었는데, 음...그런 것 같지는 않아보이더라구. 작품안에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 같던데, 나는. 어느 운동이나 조직화가 최우선인 것 같아. 그리고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를 해주셔서 들었는데, 그 뒷이야기도 대단해! ^^

tinywickedkangaroo님/ 네, 치떨려요. 하지만 더 서글픈 것은요, 30년 전에 독일로 이주노동을 하고 온 어느 아저씨의 일화였어요. 무려 3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는 어떤 불이익, 혹은 차별도 없었다는 거죠. 물론 당시의 사민주의 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
Commented by 영민 at 2005/03/20 18:30
다큐멘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말예요.
Commented by happyalo at 2005/03/21 21:58
에효... 사람을 사람으로 봐야 하는데...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22 02:53
영민님/ 어렵긴요 ^^ 사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전 사실, 울까봐 못보는 경우는 많아요.

happyalo님/ 적극 동감합니다. 대책을 잘 마련해 갔으면 좋겠는데 말예요.
Commented by Courtney at 2005/03/22 08:52
저는 이런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미국에서 당했던 (그리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 소수민족의 설움과 압박이 생각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역시 '사랑'보다 낳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Peace!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22 17:46
똑같은 사람, 이라는 인식으로 너나할것 없이 모두 존중받아야한다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끔찍스럽고 치 떨리죠. ^^
Commented by schua at 2005/04/10 01:09
구글에서 찾았어요. 전 위 다큐 만든 사람인데요. 많이 부족한 작품 보셨군요. ^^;; 그래서 다음 작업 준비중입니다. 이번엔 좀 안 아프게 만들고 싶은데...작업 가지고 만나고 싶네요. 엽기적인가?^^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4/11 12:19
schua님/ 반갑습니다. 아, 좁은 인터넷 세상이로군요 ^^ 작업가지고 만나죠 ^^ 안엽기적입니다 ^^ 들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품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나니에 at 2005/05/24 21:38
이주노동자로 검색해서 찾았는데, 마이에렐님 홈에서 자주뵙던 분이네요(저만;;쿨럭) 트랙백해가도 되겠습니까?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5/25 00:54
나니에님/ 그러믄요 ^^ 안물어보시고 트랙백하셔도 괜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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